기도부탁

글나부랭이/오래된나무문 2009.12.04 10:51
한국에 왔다.
상황이 많이 안좋다. 강선생님이 이 말을 쓰실때 도대체 상황이 뭐가 그리 안좋을까, 라는 나이브한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진짜 상황이 많이 안좋다. 아빠의 사업이 완전히 무너졌고, 단지 그것 뿐이 아니라 거기에 얽힌 많은 사람들의 손해로 이어지고, 곳곳에서 쏟아지는 아빠를 향한 원망, 그리고 힘들어하는 가족들.

엄마와 나는 믿고있다. 이것이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기회라는 것을. 아빠가 예수님을 알게 되는 것, 그 가장 소중한 것을 얻기위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왜 순간순간 상황들 앞에 마음이 무너져 버리는 지 모르겠다. 아빠로 인해 손해를 보게된 한 사람이 새벽에 집에 찾아왔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는 방에서 나쁜 분위기를 감지하셨다. 소주 두병을 들고 온 아저씨의 한탄이 희미하게 내 방에도 들려온다. 가족의 아침 식사. 아무도 아무말도 꺼내지 않지만 시끄러운 테레비전 소음 아래의 서로를 향한 염려가 밥상위에 보이는 것 같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인데.

엄마는 아빠에게 용기를 가지고 사람들 앞에서 솔직하게 잘못을 고백하고 자존심을 버리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아내가 믿는 하나님께 도움을 청하라고. 아빠는 자신이 큰 돈을 빌려주었던 한 공장운영자가 최근에 자살했다는 얘기를 꺼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아빠가 입에 올리는 것이 무서웠다. 분명 이 상황은 아빠 힘으로는 견뎌낼 수 없는 상황이다.

아빠가 젊었을 때 공장에서 일하시다 손가락 하나를 잃으시고 너무 상심하여 산에 죽으러 들어갔다가 포기하고 내려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출근 전 손가락에 붕대를 감는 아빠에게 그 얘길 꺼냈더니 깊은 한숨을 쉬신다.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힘겨운 한숨이었다. 그리곤 나에게 할머니를 부탁한다고 말씀하신다. 다시한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모든 것을 다 잃어도 상관없다고, 길바닥에 나앉게 되어도 우리 서로 위하며 살면 된다고, 집을 나서는 아빠 뒤통수에 용기를 외치지만, 무력한 뒷모습에 아무것도 보탤 수 없었다.

사실상 다 잃은 것이 뻔히 보이는데, 마무리 지어야 할 현실적인 일들이 많이 남아서 무너지는 가슴을, 그 무거운 한숨을 가지고 부모님은 백방으로 뛰고 계신다.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아빠는 완벽한 절망속에 있고 엄마와 나는 절망과 희망을 반복한다. 엄마는 오늘아침 새벽기도에서 염려하지 말라는 설교를 들었다고 하신다.

단 하나의 기도제목, 아빠가 자신을 의지하는 것을 포기하고 예수님께 돌아서는 것.
덧붙이자면 엄마와 나 역시 예수님께로만, 돌아서는 것.

이 땅에서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는 이 상황은, 분명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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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4 11:42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2009.12.04 12:15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2009.12.04 22:00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hunismom 2009.12.07 09:55 Modify/Delete Reply

    어서 와요 이네씨^^ 어제 밤에 강샘이 "이네 왔어요~^^" 하셔서 집에 있다는 거 알았어요.
    세상에서 아무 것도 붙잡을 수 없는 상황...
    나 자신를 보고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아야만 하는
    전적인 의지가 무엇인지 경험할 시기이군요.
    물리적으로 넘 거칠고 고단한 상황이지만 은혜 앞에 더욱 담대히 나가며
    모든 것을 주님께 내려놓고 간절히 주님께서 행하시는 것을 바라고 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주신 축복이 삶에서 이루어져 가는 것을 선명하게 보게 하실 것을 믿어요.

    인혜씨 그리고, 어머니께서 지치지 않고 주신 소망을 보며
    성령의 위로하심을 가운데 성령의 도우심으로 오늘의 어려움을 잘 견디실 수 있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주님의 길로 유턴 하시길 하나님의 주권이 아버지의 삶에서 인정되길
    성령의 강권하심이 아버지의 마음과 영을 만지시고 힘 되시길 기도해요.

    비록 퍽퍽한 상황에 긴장과 걱정이 그림자를 드리우지만
    세상이 알 수 없는 평안을 주께서 주시는 능력을 믿고 의지하는 인혜씨를 느껴요.

    돌아오자마자, 지인들의 사랑과 중보 시게 풍성히 받고 있네요. ^^;;
    나들목에 오면 꼭 만나고 함께 감사기도하면 좋겠어요~.

  5. 2009.12.07 10:42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6. 2009.12.10 02:56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7. 수형 오라버니 2009.12.10 12:39 Modify/Delete Reply

    기도할게.
    네가 왔다는 반가운 소식 듣고 부산에서 올라올 때를 기다렸는데
    무거운 소식 먼저 보게 됐네.
    하늘 아버지는 사람의 믿음과 고백과 기도를 따라 일하시니
    지금의 상황이 축복의 과정이 되리라 믿어.

    서울 오면 연락하렴.
    보고 싶은 이네...

  8. 성문 2009.12.10 12:43 Modify/Delete Reply

    전화해...

  9. 이내 ine kim 2009.12.11 21:56 신고 Modify/Delete Reply

    당신들의 이 모든 기도가 이루어진다면!
    그렇게 믿고 감사부터 해야하나...
    아니, 솔직히 나는 이미 너무 감사해요..
    위를 봐도 옆을 봐도.

  10. 2010.02.21 23:59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이내 ine kim 2010.02.23 22:50 신고 Modify/Delete

      우아 너무 반가운 이름인데요!!!!!!!!
      조만간 전화드릴께요.
      너무 고맙고 반갑고 좋다..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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