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글나부랭이/오래된나무문 2009.12.11 22:45
일단 제목은 아래 기도제목에 반응하고 기도해주신 분들에게 드리는 말씀.-



부산에 친구도 없고 너무 심심해서 나는 이상해졌다.
이력서를 여기저기 넣었더니 연락이 와서 어제는 한 학원에 면접이란걸 보러가게 되었다.
실장님이라는 분의 전화를 받고 목소리를 듣고,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이렇게 편할수도 있구나 싶었다.
가서 만나보니 참 좋은 분이셨고, 비록 조건들이 맞지 않아서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런 저런 살아온 얘기들을 나누다가 힘들때 찾아오라는 얘기까지 듣게 되었다.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시고 낯선 남편의 고향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학원계에 뛰어드시다!
사실 내가 급한대로 영어강사 자리를 알아보면서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사교육 구조를 통해 돈을 번다는 것이 양심적인가, 하는 것이었다.
구조는 늘 나쁘고, 그 속의 사람들은 늘 짠하고.

시네마떼끄 부산에 좋은 영화들이 많다는 정보를 파리에서 태균이를 통해 들었다.
정말 심심해서 혼자 찾아가게 되는데, 어제는 혼자 영화 세 편을 보기에 이르렀다.

자유로운 세계 It's free world, 켄로치
게이샤, 미조구치 겐지
목구멍에 가시, 이영조 ->부산에서 활동하는 독립다큐 감독

영국영어가 조금 그리워 선택한 켄로치의 영화부터 저녁에 매주 목요일 무료상영하는 독립영화,
그리고 그 사이에 시간이 좀 남아 러닝타임 짧아서 선택한 미조구치 겐지의 영화.
이렇게 별 이유없이 선택한 영화 세편은,
도대체 왜 같은 주제속에 흐르고 있었을까.

켄로치야 늘 이그러진 구조속에 약한 사람들을 그려왔듯,
내가 경험한 런던의 불법(혹은 합법)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내가 경험한 것 보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다루어 주었고
겐지사마는 비록 게이샤이지만 인간으로서 자신의 선택을 지키고 싶어
희생하게 되고 함께 견뎌내어야 하는 연약한 여자 둘을 그려주었고
이영조감독은 자신의 먼 친척이 조선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한국에 온 조선족 이주노동자들의 짠한 사연과 중국에 남겨진 조선족들을
가정사에서 부터 풀어가는 사적인 접근으로 담담하게 보여주었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어쩔수 없이 극단을 선택하는 약한 인간들의 이야기였고,
그래서 그들은 피해자이기도 했다가 가해자이기도 했으며,
눈 앞까지 그들을 당겼을 때는 한없이 그저 사람이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무슨 선택을 해야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저 영화를 보고 세상을 관조하던 시절이 좋았지,ㅋ
내가 그들 중 하나임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늘 다르게 살아남고 싶었기 때문이다.

평생 염려속에 살아오신 할머니
아둥바둥 가정을 지켜오신 어머니
나쁜 선택만 하는 아버지
그리고 늘 도망다니던 딸래미
무능력한 큰삼촌
마음 약한 큰숙모
아빠한테 크게 피해 본 작은 삼촌
의외로 담담한 작은숙모
이미 많은 일을 겪어온 막내고모
그밖에 많은  빚쟁이들..찾아오기도 전화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속한 시나리오다.


내가 잠시 다른 영화들 속으로 도망나와있던 어제,
시네마떼끄에서 일하시는 젊은 할아버지 한분이(표현하기 애매한 연령대다)
나처럼 심심하셨는지 이런 저런 말을 걸어오신다.
영화를 고르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들을 했다.
나는 어른들과의 대화가 편하고 즐겁더라.
얼마 후 영화보고 있는데 옆에와서 자기 퇴근한다고 인사하시며
다음에 오면 만원짜리 부산영화제 팜플렛을 주시겠다고 한다.
만원을 강조하셔서 혼자 웃었다.

어제 하루를 돌아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 두 가지,
사람(과 마음을 나누기)과 영화. 다 가졌으니 감사한 하루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도, 해야할 것도 없다.

Trackbacks 0 : Comments 5
  1. 2009.12.11 23:32 Modify/Delete Reply

    언니, 나도 한국왔어요.
    기도할게요, 곧 만나요-

  2. cpt 2009.12.12 18:37 Modify/Delete Reply

    그렇게.
    지금. 여기.서
    빛나는 하루하루.

  3. soultree 2009.12.14 00:27 신고 Modify/Delete Reply

    우리 같은길을 걷는 사람들 모두. 서로서로
    기도하고 위로하고 기뻐하고 그러기에 나누고
    같이 걸어가고 또 걸어가고.
    그러면서 살아요.

    또또 계속 기도할께요.

  4. Jude 2009.12.15 16:51 Modify/Delete Reply

    Hi How s it going there in Korea? I moved safely to Raynse Park and gradually getting use to live here new home. I sometimes miss you and think about your word.
    here is my new address. 7 Gore Road Raynse Park London SW20 8JN
    give me also yours. plz keep in touch.
    Jude

  5. hunismom 2009.12.20 19:13 Modify/Delete Reply

    어쩌나~ 아까 정신 없으면서 난 인헤씨 연락처 못 찍어 놨네요. ^^; 번호 남겨 줘요.
    그리고, 윤혜영 자매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 났어요.
    그 자매 참 내게 친절히 대해줘서 참 고마웠던 기억이 나요.
    당시 아이들이 어려서 사귀고 친해질 여건이 아니었지만 가끔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했지요.
    우리 애들도 예뻐해 주었지요.
    먼길 안부 전해줘서 매우 감동이에요. 언제 떠난지도 모르니 참 안타까운데 ^^;;
    이멜주소 혹시 블러그 있으면 알려주면 나도 반가움 축복 전하고 싶네요..

    오늘 드뎌 만나서 신기했어요. 근데 역시 낯설지 않았어요. ^^
    꼭 보면 좋겠는데~ 에구 방학이 곧 시작이니... 요지부동 ;;

    시간 한번 맞춰 봅시다요^^
    서울에서 그리운 상봉으로 눈물과 웃음이 넘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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