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나부랭이/오래된나무문'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12.03.05 지금
  2. 2011.01.23 이상형리스트 (1)
  3. 2010.09.07 일기 (5)
  4. 2010.06.14 Question (11)
  5. 2010.03.26 여행자 (18)
  6. 2010.03.06 괜찮지? (1)
  7. 2010.02.06 얼굴들 (8)
  8. 2009.12.11 감사합니다 (5)
  9. 2009.12.04 기도부탁 (11)
  10. 2009.11.01 근황 (19)

지금

글나부랭이/오래된나무문 2012.03.05 13:51

지금. 니나 시몬 노래가 좋다. 방금 입 안에 집어 넣어버린 커다란 김밥 꼬다리를 씹는 커다래진 입 속이 좋다. 박조껀씨가 그려준 포크소녀 캐릭터가 좋다. 그래. 나는 지금 다 좋아할 준비가 된 상태이다. 이런 상태가 가능하다는 것은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는 이야기. 지금. 이라는 것에 의미를 크게 부여해온 건 내 의식이라는 것이 생겨났을 그때부터였으니 꽤 오래되었다. 어디서 줏어들은, 예컨대 죽은 시인의 사회라던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라던가 에세이 나부랑이들에서 받아들였겠지. 힘이들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이라는 무게, 내일이라는 불안, 전혀 알 수 없는 나라는 존재. 모든 것이 힘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잡을 만하고 견딜 만한건 지금 이 순간, 뿐이었는지도.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이라는 가치 속에 또 깊숙히 숨겨 넣어버린 무책임도 있고, 게으름도 있다. 지금.밖에 없기에 모든걸 불사지를 수도 있지만서도 지금.이 중요하니 과거의 모든 과오들도 책임지지 않고, 끝내야 할 일들도 미룰 수 있고, 이어져 갈 수도 있었을 많은 관계들이 흩어져 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성 때문인지 습관 때문인지 다시 여전히, 지금. 앞이다. 어쩌면 진짜 내가 바래오던  지금을 사는 것을 나는 지금까지 제대로 해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일요일이니 매주 교회가서 회개하던 심정으로 고백하건데, 나는 지금.을 충분히 채우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또 무슨 결심을 할 것인가? 아니다. 그건 아니다. 다시 그렇게 무거웠던 짐들을 짊어질 수는 없다. 그냥 지금, 다시 충실하게 가지길 시작하면 그뿐 아닌가.

다시, 니나 시몬의 노래가 좋다. 내곁에 있는 사람들, 있는 모습 그대로 좋아하기 쉽지 않지만, 좋다. 몸에 느껴지는 약간의 피로감과 술기운도 좋고, 난로 옆의 고양이 두마리는 너무나 따뜻하다. 정말 오랜만의 글쓰기도 좋고, 미묘하게 흐르는 감정들을 관찰하는 것도 좋고, 이렇게 쓰다보니 역시 좀 취했구나 웃게 되는 것도 좋다.

좋은 것만 가지기를 원한 적은 없다. 그러니 지금 좀 좋아도 되지 않나. 다음에 올 지금을 충분히 누리기 위해서 - 그것이 달콤하든 씁쓸하든, 또 아무것도 아니든, 지금. 깨어있고 싶다. 봄이 오고있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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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리스트

글나부랭이/오래된나무문 2011.01.23 18:07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전부를 던지는가
예술을 향해 마음과 영혼을 활짝 열어두었는가
몸을 움직이고 손을 사용하는 것에 즐거워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가
세상을 향해 촉수를 세우고 지식을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내는가
어렵게 도달한 기준이라 하더라도 다시 돌아보고 수정할 용기, 혹은 돌아설 용기가 있는가
고통으로 메워진 인생일지라도 위트와 유머와 여유로 대한 멋진 웃음을 가졌는가
지구 어느 곳에서도 단단한 걸음을 내딛는 산책의 취미가 있는가
지름길보다 돌아갈지라도 새로운 길을 걷는 즐거움을 아는가
넓고 따뜻한 가슴을 가졌는가 (언제 어디서나 안아줄 수 있는가)
대화하는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는가
사랑을 받을 줄, 줄 줄, 누릴 줄 아는가
시인이 되는 것이 모든 인간의 몫임을 알고 있는가

--------------------


윤이가 시집을 간 이 마당에
나는 이상형 리스트를 만들었다.
워낙 금사빠라서 다들 손사래치는 사람에게도 금방 빠지는 버릇은
이제는 그만 고치셔야겠다. 적어도 70%이상 맞는 사람한테만 빠져야지 ㅋ

그런데 쓰다보니, 내가 갖고 싶은 덕목의 리스트가 되어버렸다.
사실, 이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누가 옆에 있다한들 무슨 상관있으랴.
(상관있나? ㅎㅎ)

슬슬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한국에 돌아온지 1년.
빨리 흘러갔다는 느낌은 없다. 즐거웠고 재밌었다.
그런데 뭔가 새로워져야 한다는 신호가 자꾸 찾아온다.

뭘까...이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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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uni 2011.08.10 20:39 Modify/Delete Reply

    언니, 오랜만에 인터넷이 돌아온 마당에. 난 언니 이상형리스트를 다시 읽고
    아...............


    이네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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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글나부랭이/오래된나무문 2010.09.07 13:41
집이 완전히 경매로 팔리고 작은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나는 작은 집이 참 좋다.
가족이 오랜만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도 나름 괜찮고,
작은 집에 맞추기 위해 필요없는 물건들을 싹 버린 것도 매우 홀가분하다.
무엇보다 청소가 매우 편하다.

오랜만에 집을 옮기는 일이라 묵혀둔 옛날 물건들과 만나게 되었는데
그중 촉박한 이사 일정에도 자꾸 주춤거리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국민학교시절 일기와 성적표, 친구들과 주고받은 쪽지
고등학교 1학년때 받은 롤링 페이퍼 따위들이다.


내 기억속에는 국민학교 5학년 때 선생님이 워낙 나를 추앙해주셔서 기고만장했고
나를 못마땅해하던 6학년 때 선생님과 자주 일기장 배틀을 하던 것이 남아있다.
이제껏 나는 갓 교대를 졸업하고 오신 6학년때 선생님의 미숙함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나는 6학년때 왕따 비슷하게 친구들의 신임을 완전 잃었었고
그것이 중학교에서 내 성격을 좀 바꾸게 되었다, 고 생각하고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그 빨간 펜으로 얼룩진 6학년 때 일기를 다시 보니,
전혀 다른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는데 실상 그 선생님은 나를 한 인격으로 대해주셨고
그것이 내게 미친 영향이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컸다는 것이다.

선생님에게 이것저것 따지고 드는, 의도적인 것이 분명한 일기에
화내고 쥐어 박고 끝내는 게 아니라 빨간 글자로 늘 대답해 주셨던 것들,
친구들과의 갈등을 겪는 자아가 매우 강한 아이에게 어떻게 져 주어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계셨고
보통의 선생님은 포기하고 마는 소위 문제아를 내 짝으로 만들어 도와주라고 하셨고
늘 꼴통에게 더 기회를 주는 것이 못마땅해 하는 내게  니가 잘 견뎌주어 고맙다, 라는 빨간 글씨로 답해주셨다.

나는 전혀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나는 이 분의 영향을 참 많이 받은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일기를, 18년 전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매우 자연스럽게...
한번도 고맙다고 말씀 드린 적도 없고, 오히려 미움의 대상으로 생각해왔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왜곡된 기억을 가진 나에게, 또 기억력이 매우 나쁜 나에게,
기록이란, 참으로 고마운 것이다.

내가 또 잘못하는 보관에 힘써주신 엄마께 심심한 감사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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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7 14:49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2010.09.08 21:51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多蚓 2010.09.10 16:53 신고 Modify/Delete Reply

    우리 엄만 아무렇지 않게 갔다 버렸어. 이삿짐의 일부라고 생각하셨다지.
    (울 엄마는 내게 아직도 연구대상 )

  4. cpt 2010.09.10 22:24 Modify/Delete Reply

    세상엔 온통 스승들이..^^

  5. 아용 2010.09.24 00:15 Modify/Delete Reply

    사진이나 편지나 일기, 글들이 진짜 잊고있었던 기억 꺼내주는데는 최고인 거 같아요.
    무슨일이든 지나고나서 봤을 때, 그때 생각했던 거랑 다르다는 건 사람들이 그렇게 자연스레 살면서 변해간다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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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글나부랭이/오래된나무문 2010.06.14 23:24
당신은 무슨 힘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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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多蚓 2010.06.15 23:35 신고 Modify/Delete Reply

    힘없이도 살아가요 . 살아있으니까요.

  2. 가원 2010.06.17 18:25 Modify/Delete Reply

    후회하는 힘... 때로... ㅎㅎ

  3. cpt 2010.06.20 00:36 Modify/Delete Reply

    이네도 포함된 너희.들의 힘으로~^^

  4. 류승연 2010.06.22 23:36 Modify/Delete Reply

    내가 살고있는 것이 이미 힘 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지요.
    언니가 이미 가지고 있는 힘을 보세요.
    나는 아직도 언니가 내 테이블에 적어 준 글을 봅니다.

  5. 2010.06.25 02:27 Modify/Delete Reply

    난 살아간다는걸.. 모르고 싶어..

  6. 多蚓 2010.06.25 21:11 신고 Modify/Delete Reply

    이 물음은. 솔직히 아무런 힘이 없어.

  7. 아용 2010.06.26 00:10 Modify/Delete Reply

    그래도 웃게 해주고 힘을 주는 주변 사람들 덕에 살아가는 거 같아요 그냥 지금 드는 생각은 그러네요. 이 질문은 내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지는 답인 것 같아요.

  8. 예인 2010.06.28 01:55 Modify/Delete Reply

    백일 지난 딸래미와 비전을 따라 교회 개척한 신랑이 나의 힘~

  9. cosmoslike 2010.06.29 11:32 신고 Modify/Delete Reply

    밥힘! 으로 살아간다.
    이번주 친정엄마가 와서 고등어국 끓여주는데, 한그릇 먹고 나니 마음에 있는 뭔가가 스스륵 풀리면서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어. 역시 밥힘, 밥심으로 산다.

  10. uni 2010.06.29 22:22 Modify/Delete Reply

    음.. 요즘은....

  11. 이내 ine kim 2010.07.16 13:27 신고 Modify/Delete Reply

    와 내 사랑하는 사람들 이렇게 많은데
    나는 어디를 보고 있나요
    흔들리는 것이 내 본질이었거늘,
    그대들 있음에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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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글나부랭이/오래된나무문 2010.03.26 14:00

 
BigT, Feel like i'm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행자'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9살때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인 여자가 각본을 쓰고 연출도 했다. 11살 아이의 시선으로 버려짐, 고아원, 입양까지 나오니까 감독의 자전적인 기억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이창동이 제작했한다. 여기저기서 이름을 들었더랬고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무료상영한다기에 엄마랑 과외하는 동생이랑 아무 생각없이 갔는데, 내가 너무 심하게 많이 울어서 엄마가 부끄러워했다. 오늘 갑자기 우울해져서 이유를 하나씩 적어보았는데 어제 너무 많이 울어서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나오는 슬픈 이야기에 유독 심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이 영화를 소개하는 곳에는 늘 '아이들의 관계회복 능력'에 주목한다고 나와있다. 나는 인간속에 내재된 '회복' '치유'의 생명력을 보았고 믿지만, 그것이 연속선상에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저 비밀스런 순간을 '기억'하고 '기다릴' 수 밖에. 다만, 오늘 찾아온 우울함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을 나는 내 자신에게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런던에서 쓰던 외장하드를 포맷하려다 태섭이의 음악 하나를 발견했다. 그 때 결국 이 음악을 쓰지는 않았지만 2년 넘게 들여다 보지 않았던 조그만 기계안에 태섭이의 목소리 하나가 들어있다. 어제 영화를 보며 계속 마음을 붙잡던 한 가지는, 감독에게 남아있던 어린시절의 이미지들이 그녀에게 얼마나 선명하게 지속되었으면 저렇게 영화로 풀어내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상실' 을 붙들고 '창조'를 해내는 길. 너와 나와 우리가 갔으면 하는 여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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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8 05:27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2010.03.28 22:32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이내 ine kim 2010.03.29 11:01 신고 Modify/Delete

      말이쉽지... 정말 어려운 길인 것 같아.
      어제 서점가서 책에 그림보고
      막 자랑스러워했는뎅.ㅎㅎ
      어려운줄 알면서도 그 길로 가는 마음,
      지금은 그거면 ㅇㅋ

  3. 니나 2010.03.29 11:29 Modify/Delete Reply

    의미있다 애처롭다

  4. 多蚓 2010.03.30 11:14 신고 Modify/Delete Reply

    내 생각은 어느때 하는거야 바람피지마

  5. 먼저잠드는마음 2010.03.30 23:14 신고 Modify/Delete Reply

    상실을 붙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아,.
    난 네가 바라는 여행길을 가고 있어^^

    • ine 2010.03.31 11:33 Modify/Delete

      알고있었어
      동지,
      우린 또 바로 알아보지 ㅋㅋㅋㅋ

  6. 2010.04.01 17:53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ine 2010.04.02 16:28 Modify/Delete

      우 멋있다...
      역시 이런 정보들은 니가 짱!
      블루스 키친인지.. 거기도 갔었잖아
      ㅎㅎㅎ
      너 언제 한번 볼수있나 ㅠ

  7. uni 2010.04.08 11:28 Modify/Delete Reply

    언니. 소혜 미니홈피서 듣고 알게된 두 가수?가 있는데,
    그중 '시와(Siwa)'라는 가수... 언니 생각난다
    '길상사에서' 들어봐요 - youtube에 많아요 (헤헤 youtube.. 런던 생각나지요? ㅋㅋ)

    • ine 2010.04.08 21:25 Modify/Delete

      헐, 바로 위 비밀댓글에 친구가 추천해준 가수가
      바로 시와!!!
      갔다 왔는데 좋더라궁
      http://recandplay.net
      싸이트 전체가 좋더라

  8. 니나 2010.04.26 00:35 Modify/Delete Reply

    참 왜일까
    상실에서 창조
    참 아이러니 해
    그냥 그런 생각 드는 밤

    • ine 2010.04.27 10:05 Modify/Delete

      웬지 과학적으로 물리적으로 설명해도 참일것 같은,,,ㅋ
      귀납적으로 경험을 통해 참이란걸 알기도 할까싶고...
      근데, 말로 쏟아내고 나면 또
      금방 거짓이 되는 것도 같고.

  9. 2010.05.12 11:30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이내 ine kim 2010.04.20 18:32 신고 Modify/Delete

      남해바다 아름다운것 말로 다 어찌하리
      또박또박 언니 말속에
      은혜의 흔적, 보기좋다
      하루하루 그렇게 살아가는게
      감사할따름이야.
      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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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글나부랭이/오래된나무문 2010.03.06 22:26
오랜만에 감정을 드러내보았는데 안하던 짓은 역시 이상하다.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받아들여진 후에도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까이꺼 너무 기대하지는 말자.
결국 혼자가는거, 알아. 안다구!

내가 마음을 열지 않는 것 같다고 한다면, 그렇게 느낀다면
그런거겠지.
다만 난 서툰 사람일 뿐이라고, 그래서 서툴어서 그런거라고 얘기하고픈데,
그건 변명이 안되는 건가봐.
이 모든 것들이 엄청 심하게 요동치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참 다행이지.
그냥 좀 느릴 뿐,
하지만 충실하게 하자고, 포기하지는 말자고, 한결같이 자리라도 지키자고,
스스로 다독이는 거니까.

꽃샘추위와 비바람에도 한참을 걷고 또 걸었지.
내가 제일 잘하는 게 하나 있다면 그건 걷는거니까.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온다잖아.
믿어, 믿으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계속 걷는 것도 의미가 되면 좋겠다.
걷는 것 만으로도 살아내는 게 되면 좋겠다.
여기서 걷는다는 건 말그대로 내 다리를 움직여 걸어다니는 거야.
목적도 방향도 없는데, 단지 걷는 것 만으로도 그게 가능할까.
걷는 것 만으로도 도에 이를 수는 없을까. 욕심인가?
그래, 못하는 거 훈련하지 않겠다고 하는 거니까 좀 유아스럽기도 하네.

아, 그저 사랑해준다면 그저 다독여준다면 그저 위로해준다면
나는 훨훨날아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저 착각이겠지.

잊지말자, 내가 은혜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그러니까. 괜찮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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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08 13:48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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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

글나부랭이/오래된나무문 2010.02.06 23:32

-2010년 2월 4일 목요일 오전 10시 40분
차압이 붙은 물건들을 경매하러 법원사람들과 돈을 요구하는 아빠의 거래처 사람과 경매물건을 담당하는 업체의 사람들이 집을 찾았다. 엄마는 일하러 가셨고 아빠는 이것저것 좀 피해계시는 바람에 나 혼자 집에 있게 되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조촐하게 우리집 거실에서 낯선 아저씨들과 둘러앉았고 법원아저씨는 경매를 진행하셨다. 냉장고 에어콘 세탁기 소파 스팀다리미 5개 품목이 43만원으로 시작해서 45만원에 업체에 낙찰되었다. 모든것이 순식간에 일어났고 업체아저씨들 네 분과 나만 남게 되었는데, 커피를 타오라는 둥 아가씨가 타줘서 맛있다는 둥 나에게 말을 거는 한 아저씨를 다른분들이 놀려대며 나는 어느새 그들 농담의 소재가 되어 있었고 기분이 나빴지만 뭐라 내 의견을 내어놓기는 뭐한 상황이었다. 분명 우리집 거실인데, 나는 완전히 이방인 같았다.  이 조촐한 모임에서 나는 그저 채무자를 대리하는 가족으로서 한 젊은 여자일 뿐, 다른 존재감은 없었다.

-같은 날 오후 2시 30분
시네마테크에서 열리는 프랑스영화 특별전의 마지막 날이었다. 한 케이블 TV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VJ로 돈을 벌어볼까 하여 '부산에서 파리지앵되기' 라는 기획을 했고, 프랑스영화제를 한 꼭지로 찍어볼까 싶어 아침의 찜찜한 기분을 안고 영화관에 갔다. 지난번에 친해진 관리보시는 아저씨에게 여쭈어 보았더니 어려울 것같다는 운을 띄우시며 홍보부장님을 만나보라고 했다. 아저씨 예상처럼 거절당했는데, 공식적인 철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 홍보부장님께서 '너무 아마추어 같으신데요' 라고 하셔서 '아마추어 맞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어차피 전체 기획에서는 한 부분이기 때문에 바깥 전경과 포스터 정도 찍겠다고 말씀드렸더니, ' 그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부분이라 굳이 이렇게 얘기하러 올 필요 없어요' 라고 말했다. 표를 사고 영화를 보려는 나를 보고 '영화까지 보시려구요?" 라고 말했고, 기다리는 동안 친히 나에게 와서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상영중에 찍으시면 안됩니다' 하셨다. 이 때 기분이 좀 상했던 나는 ' 너무 못 믿으시네요' 한마디를 토해냈다. 그에겐 나를 믿을 이유가 없고, 나에겐 그의 불신을 개인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걸 분명히 인지하고 있으나, 그는 의심했고 나는 상심했다. 공식적인 문서로 증명되지 않으면 프로가 될 수 없고, 프로가 아니면 신임받지 못하는 곳에서 나는 의심의 눈초리를 감수해야하는 아마추어일 뿐, 다른 존재감은 없었다.

-같은 날 저녁 8시
부산에서 활동하는 '극단 새벽'에서 낭독공연을 했다. 아돌 후가드라는 남아공 작가의 '시즈위 벤지는 죽었다'라는 작품을 한국의 상황에 맞게 각색하는 과정에서 원작낭독을 통해 관객의 소리를 들어보는 조금은 낯선 공연형태였다. 남아공의 인종분리정책 당시 글을 읽지 못하는 한 흑인 노동자, 시즈위 벤지라는 인물이 자신의 신분증에 적힌 신분으로는 살고싶은 곳에 거주할 수도 돈을 벌수도 없게 되자, 우연히 발견하게 된 한 시체의 신분증을 훔치고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기로 결정하게 되는 과정의 이야기였다. 사실, 그것은 결정했다기 보다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의 느낌이 강했고 연극은 자신의 이름을 버리길 원치 않지만 그래야 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갔다. 진지한 주제이지만 오히려 유머러스했고 이 작품을 한국의 이주노동자의 상황에 맞게 각색할 것이라는 극단의 방향도 흥미로웠다. 공연 후 이루어진 뒷풀이에서 백만년만에 자기소개라는 것을 하게 되었는데, 내가 누구인지 묻는 사람들 앞에서 이상하게도 나는 매우 편안하게 내 이름을 말하고 내 느낌을 말 할 수 있었다.


하루에 여러 집단의 사람들을 만나고 보니 그들의 얼굴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무엇을 추구하는가가 그들의 얼굴에 반영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 관심사가 돈의 논리였던  오전의 상황, 성취의 논리였던 오후의 상황과 비교해 저녁때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사람과 삶이 읽히고 그것이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했다. 물론 이것은 피상적인 나의 느낌이고 너무 단순화 시키는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멜랑꼴리 김인혜의 하루에 만난 이 얼굴들에 분명히 어떤 차이가 있었다.

그 어떤 당위나 필요나 효율이(뭐 다시말해 돈이나 서류나 절차나 시스템따위) 존재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고 믿지만 그 믿음이 삶을 더 편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존재가 우선한다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이 극단은 좁은길을 걸어왔을 것이다. '연극'이라는 장르를 '지방'에서 한다는 것에 덧붙혀 '사회적 담론'까지 붙잡고 간다는 것만 봐도!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도시의 잿빛 얼굴들과는 다른 생기와 빛이 있었고 나는 그 얼굴에 위로를 받았다.

-2010년 2월 6일 토요일 저녁 6시
의령에서 손님이 오셨다. 7년전쯤 귀농하신 우리 부모님 세대의 세 분이었는데, 그들 역시 위로의 얼굴을 갖고 계셨다. 며칠 전 얼굴들에 대한 단상이 떠오르며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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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pt 2010.02.09 03:34 Modify/Delete Reply

    위로의 얼굴을 가졌다는 건 얼마나 축복일까..

    그 얼굴을 찾는 안목도~^^

    • ine 2010.02.10 08:13 Modify/Delete

      어쩌면 그냥 착각일지도 모르죠ㅋ
      버텨내기위한...
      근데 또 다들 버텨내고 있더라
      ㅎㅎㅎ

  2. 2010.02.12 11:28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uni 2010.02.17 09:55 Modify/Delete Reply

    이네언니 .......


    안되겠다,
    멈춰놨던 모닝페이지를 다시 펼쳐요

    • ine 2010.02.18 12:15 Modify/Delete

      그래 우리 함께!
      윤이가 와주어서 너무 좋았던 걸
      다시 생각하게 된다.

  4. soultree 2010.02.18 11:25 신고 Modify/Delete Reply

    무의미하고 건조하며 방관하고 관조하게 되는 삶의 모습보다 얼마나 감사하고 담백하고 솔직하며 아름답고 삶의 모습인가. 누나 언제나 화이팅.

    • ine 2010.02.18 12:16 Modify/Delete

      예전엔 미처 몰랐던
      차세 위로의 힘!
      고맙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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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글나부랭이/오래된나무문 2009.12.11 22:45
일단 제목은 아래 기도제목에 반응하고 기도해주신 분들에게 드리는 말씀.-



부산에 친구도 없고 너무 심심해서 나는 이상해졌다.
이력서를 여기저기 넣었더니 연락이 와서 어제는 한 학원에 면접이란걸 보러가게 되었다.
실장님이라는 분의 전화를 받고 목소리를 듣고,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이렇게 편할수도 있구나 싶었다.
가서 만나보니 참 좋은 분이셨고, 비록 조건들이 맞지 않아서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런 저런 살아온 얘기들을 나누다가 힘들때 찾아오라는 얘기까지 듣게 되었다.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시고 낯선 남편의 고향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학원계에 뛰어드시다!
사실 내가 급한대로 영어강사 자리를 알아보면서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사교육 구조를 통해 돈을 번다는 것이 양심적인가, 하는 것이었다.
구조는 늘 나쁘고, 그 속의 사람들은 늘 짠하고.

시네마떼끄 부산에 좋은 영화들이 많다는 정보를 파리에서 태균이를 통해 들었다.
정말 심심해서 혼자 찾아가게 되는데, 어제는 혼자 영화 세 편을 보기에 이르렀다.

자유로운 세계 It's free world, 켄로치
게이샤, 미조구치 겐지
목구멍에 가시, 이영조 ->부산에서 활동하는 독립다큐 감독

영국영어가 조금 그리워 선택한 켄로치의 영화부터 저녁에 매주 목요일 무료상영하는 독립영화,
그리고 그 사이에 시간이 좀 남아 러닝타임 짧아서 선택한 미조구치 겐지의 영화.
이렇게 별 이유없이 선택한 영화 세편은,
도대체 왜 같은 주제속에 흐르고 있었을까.

켄로치야 늘 이그러진 구조속에 약한 사람들을 그려왔듯,
내가 경험한 런던의 불법(혹은 합법)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내가 경험한 것 보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다루어 주었고
겐지사마는 비록 게이샤이지만 인간으로서 자신의 선택을 지키고 싶어
희생하게 되고 함께 견뎌내어야 하는 연약한 여자 둘을 그려주었고
이영조감독은 자신의 먼 친척이 조선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한국에 온 조선족 이주노동자들의 짠한 사연과 중국에 남겨진 조선족들을
가정사에서 부터 풀어가는 사적인 접근으로 담담하게 보여주었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어쩔수 없이 극단을 선택하는 약한 인간들의 이야기였고,
그래서 그들은 피해자이기도 했다가 가해자이기도 했으며,
눈 앞까지 그들을 당겼을 때는 한없이 그저 사람이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무슨 선택을 해야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저 영화를 보고 세상을 관조하던 시절이 좋았지,ㅋ
내가 그들 중 하나임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늘 다르게 살아남고 싶었기 때문이다.

평생 염려속에 살아오신 할머니
아둥바둥 가정을 지켜오신 어머니
나쁜 선택만 하는 아버지
그리고 늘 도망다니던 딸래미
무능력한 큰삼촌
마음 약한 큰숙모
아빠한테 크게 피해 본 작은 삼촌
의외로 담담한 작은숙모
이미 많은 일을 겪어온 막내고모
그밖에 많은  빚쟁이들..찾아오기도 전화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속한 시나리오다.


내가 잠시 다른 영화들 속으로 도망나와있던 어제,
시네마떼끄에서 일하시는 젊은 할아버지 한분이(표현하기 애매한 연령대다)
나처럼 심심하셨는지 이런 저런 말을 걸어오신다.
영화를 고르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들을 했다.
나는 어른들과의 대화가 편하고 즐겁더라.
얼마 후 영화보고 있는데 옆에와서 자기 퇴근한다고 인사하시며
다음에 오면 만원짜리 부산영화제 팜플렛을 주시겠다고 한다.
만원을 강조하셔서 혼자 웃었다.

어제 하루를 돌아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 두 가지,
사람(과 마음을 나누기)과 영화. 다 가졌으니 감사한 하루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도, 해야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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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1 23:32 Modify/Delete Reply

    언니, 나도 한국왔어요.
    기도할게요, 곧 만나요-

  2. cpt 2009.12.12 18:37 Modify/Delete Reply

    그렇게.
    지금. 여기.서
    빛나는 하루하루.

  3. soultree 2009.12.14 00:27 신고 Modify/Delete Reply

    우리 같은길을 걷는 사람들 모두. 서로서로
    기도하고 위로하고 기뻐하고 그러기에 나누고
    같이 걸어가고 또 걸어가고.
    그러면서 살아요.

    또또 계속 기도할께요.

  4. Jude 2009.12.15 16:51 Modify/Delete Reply

    Hi How s it going there in Korea? I moved safely to Raynse Park and gradually getting use to live here new home. I sometimes miss you and think about your word.
    here is my new address. 7 Gore Road Raynse Park London SW20 8JN
    give me also yours. plz keep in touch.
    Jude

  5. hunismom 2009.12.20 19:13 Modify/Delete Reply

    어쩌나~ 아까 정신 없으면서 난 인헤씨 연락처 못 찍어 놨네요. ^^; 번호 남겨 줘요.
    그리고, 윤혜영 자매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 났어요.
    그 자매 참 내게 친절히 대해줘서 참 고마웠던 기억이 나요.
    당시 아이들이 어려서 사귀고 친해질 여건이 아니었지만 가끔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했지요.
    우리 애들도 예뻐해 주었지요.
    먼길 안부 전해줘서 매우 감동이에요. 언제 떠난지도 모르니 참 안타까운데 ^^;;
    이멜주소 혹시 블러그 있으면 알려주면 나도 반가움 축복 전하고 싶네요..

    오늘 드뎌 만나서 신기했어요. 근데 역시 낯설지 않았어요. ^^
    꼭 보면 좋겠는데~ 에구 방학이 곧 시작이니... 요지부동 ;;

    시간 한번 맞춰 봅시다요^^
    서울에서 그리운 상봉으로 눈물과 웃음이 넘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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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부탁

글나부랭이/오래된나무문 2009.12.04 10:51
한국에 왔다.
상황이 많이 안좋다. 강선생님이 이 말을 쓰실때 도대체 상황이 뭐가 그리 안좋을까, 라는 나이브한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진짜 상황이 많이 안좋다. 아빠의 사업이 완전히 무너졌고, 단지 그것 뿐이 아니라 거기에 얽힌 많은 사람들의 손해로 이어지고, 곳곳에서 쏟아지는 아빠를 향한 원망, 그리고 힘들어하는 가족들.

엄마와 나는 믿고있다. 이것이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기회라는 것을. 아빠가 예수님을 알게 되는 것, 그 가장 소중한 것을 얻기위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왜 순간순간 상황들 앞에 마음이 무너져 버리는 지 모르겠다. 아빠로 인해 손해를 보게된 한 사람이 새벽에 집에 찾아왔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는 방에서 나쁜 분위기를 감지하셨다. 소주 두병을 들고 온 아저씨의 한탄이 희미하게 내 방에도 들려온다. 가족의 아침 식사. 아무도 아무말도 꺼내지 않지만 시끄러운 테레비전 소음 아래의 서로를 향한 염려가 밥상위에 보이는 것 같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인데.

엄마는 아빠에게 용기를 가지고 사람들 앞에서 솔직하게 잘못을 고백하고 자존심을 버리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아내가 믿는 하나님께 도움을 청하라고. 아빠는 자신이 큰 돈을 빌려주었던 한 공장운영자가 최근에 자살했다는 얘기를 꺼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아빠가 입에 올리는 것이 무서웠다. 분명 이 상황은 아빠 힘으로는 견뎌낼 수 없는 상황이다.

아빠가 젊었을 때 공장에서 일하시다 손가락 하나를 잃으시고 너무 상심하여 산에 죽으러 들어갔다가 포기하고 내려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출근 전 손가락에 붕대를 감는 아빠에게 그 얘길 꺼냈더니 깊은 한숨을 쉬신다.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힘겨운 한숨이었다. 그리곤 나에게 할머니를 부탁한다고 말씀하신다. 다시한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모든 것을 다 잃어도 상관없다고, 길바닥에 나앉게 되어도 우리 서로 위하며 살면 된다고, 집을 나서는 아빠 뒤통수에 용기를 외치지만, 무력한 뒷모습에 아무것도 보탤 수 없었다.

사실상 다 잃은 것이 뻔히 보이는데, 마무리 지어야 할 현실적인 일들이 많이 남아서 무너지는 가슴을, 그 무거운 한숨을 가지고 부모님은 백방으로 뛰고 계신다.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아빠는 완벽한 절망속에 있고 엄마와 나는 절망과 희망을 반복한다. 엄마는 오늘아침 새벽기도에서 염려하지 말라는 설교를 들었다고 하신다.

단 하나의 기도제목, 아빠가 자신을 의지하는 것을 포기하고 예수님께 돌아서는 것.
덧붙이자면 엄마와 나 역시 예수님께로만, 돌아서는 것.

이 땅에서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는 이 상황은, 분명 축복이다.
Trackbacks 0 : Comments 11
  1. 2009.12.04 11:42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2009.12.04 12:15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2009.12.04 22:00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hunismom 2009.12.07 09:55 Modify/Delete Reply

    어서 와요 이네씨^^ 어제 밤에 강샘이 "이네 왔어요~^^" 하셔서 집에 있다는 거 알았어요.
    세상에서 아무 것도 붙잡을 수 없는 상황...
    나 자신를 보고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아야만 하는
    전적인 의지가 무엇인지 경험할 시기이군요.
    물리적으로 넘 거칠고 고단한 상황이지만 은혜 앞에 더욱 담대히 나가며
    모든 것을 주님께 내려놓고 간절히 주님께서 행하시는 것을 바라고 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주신 축복이 삶에서 이루어져 가는 것을 선명하게 보게 하실 것을 믿어요.

    인혜씨 그리고, 어머니께서 지치지 않고 주신 소망을 보며
    성령의 위로하심을 가운데 성령의 도우심으로 오늘의 어려움을 잘 견디실 수 있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주님의 길로 유턴 하시길 하나님의 주권이 아버지의 삶에서 인정되길
    성령의 강권하심이 아버지의 마음과 영을 만지시고 힘 되시길 기도해요.

    비록 퍽퍽한 상황에 긴장과 걱정이 그림자를 드리우지만
    세상이 알 수 없는 평안을 주께서 주시는 능력을 믿고 의지하는 인혜씨를 느껴요.

    돌아오자마자, 지인들의 사랑과 중보 시게 풍성히 받고 있네요. ^^;;
    나들목에 오면 꼭 만나고 함께 감사기도하면 좋겠어요~.

  5. 2009.12.07 10:42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6. 2009.12.10 02:56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7. 수형 오라버니 2009.12.10 12:39 Modify/Delete Reply

    기도할게.
    네가 왔다는 반가운 소식 듣고 부산에서 올라올 때를 기다렸는데
    무거운 소식 먼저 보게 됐네.
    하늘 아버지는 사람의 믿음과 고백과 기도를 따라 일하시니
    지금의 상황이 축복의 과정이 되리라 믿어.

    서울 오면 연락하렴.
    보고 싶은 이네...

  8. 성문 2009.12.10 12:43 Modify/Delete Reply

    전화해...

  9. 이내 ine kim 2009.12.11 21:56 신고 Modify/Delete Reply

    당신들의 이 모든 기도가 이루어진다면!
    그렇게 믿고 감사부터 해야하나...
    아니, 솔직히 나는 이미 너무 감사해요..
    위를 봐도 옆을 봐도.

  10. 2010.02.21 23:59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이내 ine kim 2010.02.23 22:50 신고 Modify/Delete

      우아 너무 반가운 이름인데요!!!!!!!!
      조만간 전화드릴께요.
      너무 고맙고 반갑고 좋다..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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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글나부랭이/오래된나무문 2009.11.01 02:40
딱 한달후면 한국에 간다.

두달을 계획하고 갔던 영국 부르더호프 공동체에서는
한달채우고 런던으로 상경했다. 소혜는 그곳에 남겨두었다.
한달간 런던에서는 한 친구가 집을 제공해주었고,
또 다른 친구가 일자리를 제공해주었다.
운이 좋다고 누군가는 얘기 할테지만 나는 은혜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신은 내게 현실감은 안주셨는데 존재감은 주신 모양이다.
나는 감사할 수 밖에 없다.

이땅에서 내가 원하는 딱 한가지는 사랑하면서 사는 거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숨쉬듯 예배하며 사는 것이고
또 다르게 말하면 평화의 도구가 되는 것이고
툭까놓고 말하면 '예수'만이 삶의 이유가 되는 것. 인데...
이걸 원한다면서도 실상은 빙빙빙 돌며 내 '자신'으로 무한반복 되돌아온다.

공동체에서의 한달, 나는 이땅에서 내가 원하는 한가지를 다시 보았다.
그리고 3년간 런던에서 못했던 그것을 해보겠다며
한달이라는 기회를 내게 주었다.

공동체에서 가능했던 그것,
왜 밖에서는 못할까, 가슴이 아파서
200여명 앞에서 고백했다. -런던으로 가겠습니다.
내게 다가와 니가 나를 대신해 나가는 것이라며
리디아 할머니는 손을 잡아주었다.

큰 결심이나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어 이웃을 보겠다는 것인데,
막상 런던에 오니 그리 쉽지는 않다.
공동체에서는 나와 너의 약함과 악함을 함께 인정하니 평화가 찾아오던데
이 곳의 사람들은 자신의 약함과 악함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고
나는 나의 고백에 돌아오는 차가운 방어에 휘청해버리는 진정한 약골이더라.

확신이라는 것은 결코 가져본적이 없는게 내 태생적 한계이나,
그럴때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지난 한달간의 배움이라는 것을
적절한 타이밍에 런던으로 도착한 소혜의 편지를 통해 다시 생각한다.

그래서 한달간 큰 결심이나 계획 없이 그저 순간순간 사랑을 시도하며
런던 베타버전이 끝나면 한국에 큰 결심이나 계획없이 돌아간다.

흩어져 있던 잊혀져 있던 과거의 이웃들과 화해하고
새로운 이웃과 평화를 시도하며 실패하며 살아나가는 것, 정도
그것을 내 한국행의 목적쯤 해두련다.

역시나 현실감은 없는 근황이었다.
Trackbacks 0 : Comments 19
  1. cpt 2009.11.01 09:52 Modify/Delete Reply

    요즘 어쩌다보니 군주론에 손이 가서 읽고 있는데

    군주가 백성들에게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 중
    무엇이 그 자신에게 더 좋은가....

    라는 챕터가 있더구나.

    사람은 연약하고 사악하고 불완전한지라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것들을 하지 않고
    반드시 해야 할 것을 하는 자는 권력을 잃기 쉽다..는 매우 현실적인! 마키아벨리의 대답에
    몸소리가 쳐졌는데..

    마침 적절한 타이밍에 접하게 된
    너의 현실감없는! 근황과 한국행 목적을 읽고
    다시금 힘이 매우 난다!!

    • ine 2009.11.01 20:13 Modify/Delete

      선장님!! 역쉬 군주가 되고 싶으신? ㅋㅋㅋ
      너무 오랜만이고 너무 반가워요.
      또 곧 다시 만날테니 너무 기쁘고!

      우리 용기내서 한걸음씩 걷다가
      길위에서 만나면 토닥토닥 해주고
      또 용기내서 걸어가요.

  2. uni 2009.11.01 21:48 Modify/Delete Reply

    언니 나도 12월에 가요 돌아가자마자 언니한테 듣고싶은 말이 많아요

    여전히
    >>신은 내게 현실감은 안주셨는데 존재감은 주신 모양이다.
    >>나는 감사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언니의 한달, 그림을 자세힌 그릴 수 없어도 여기 호주땅에서 응원해요
    우리의 하루하루가 더욱 충실해지길 사랑하며 살길

    • ine 2009.11.04 04:03 Modify/Delete

      윤이는 어디있어도
      내 공동체
      곧 본다니 너무너무 설레여

  3. 2009.11.02 00:54 Modify/Delete Reply

    이네야~
    마지막 한달을 잘 보내렴..
    그리고 어여 보자~

    • ine 2009.11.04 04:04 Modify/Delete


      어여 봐요~
      보고싶어요 엉엉

  4. cosmoslike 2009.11.02 10:19 신고 Modify/Delete Reply

    어젯밤 꿈에 네가 나왔어.
    너무 반가웠는데.
    '인혜 네가 한국에 있었는데도, 나의 결혼식에 안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청 섭섭해하며 화를 냈다'
    꿈에서. ㅋㅋ
    실상 내 결혼식에는 네가 오기도 했고
    (오기만한게 아니라 촬영도 해주고, 엄청 감동스런 글도 읽어줬었지 ㅎㅎ)
    내가 결혼한건 벌써 3년이 지난 일이고. 넌 여전히 영국에 있는데. ㅋㅋ

    여튼. 그렇게라도 얼굴을 보고 나니.
    너무 궁금해서 블로그에 들어와봤더니.. 이렇게 소식이 올라와 있네.
    아직은 브루더호프에 있을거라 생각하며 별 기대없이 들어왔는데 말야.. ^^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
    아니 마음먹음 만으로도 이미 이루어진거라 생각해.
    현실은 계속 실패한다고 해도,
    현실보다, 네 존재가 더 진실에 가까울 수 있으니. 걱정안한다.

    난 1월에 둘째를 낳을 예정. 점점 몸이 무거워지고 있다.
    지난 한주간은 여기서 나의 2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혼자서 좀 비참해하고. 둘째와 또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막막, 답답해하고 있다.
    어디 비행기타고 훌쩍 다녀오고 싶지만,
    몸도 무겁고, 딸린 식구들도 있고. 전혀 가능성 없는 바램이지.
    12월에 한국에 오면, 우리집에 꼭 와. 소혜, 윤이도 같이 오면 좋고!
    여튼 둘째 나오기 전에 만나서 수다 실컷 떨자.
    (아.. 하지만 우리 여름이도 워낙 말이 많아서, 수다가 얼만큼 진행될진 의문이다 ㅎㅎ)

    • ine 2009.11.04 04:06 Modify/Delete

      아 벌써 둘째 조카가 나오려고 하네-
      수다많은 여름이도 언넝 만나고 싶고
      언니네 땅이랑 살아가는 얘기도 듣고싶고..

      그립다 모든것들

  5. K 2009.11.04 05:46 Modify/Delete Reply

    웰컴투seok kwan dong~ㅋ

    • ine 2009.11.04 06:15 Modify/Delete

      영어는 한국말
      한국말은 영어네
      케이는 모하고 지내나..
      무심한 누이를 용서하렴ㅋ
      케이도 늙었을까 절대 안늙을것 같은데.
      나이 조금 먹은 케이 궁금해
      금방 달려갈께 석관동==

  6. 2009.11.05 07:21 Modify/Delete Reply

    언니,
    나도 12월2일에 한국에 가요,

    메일 보낼게요! ^^

    • ine 2009.11.05 07:42 Modify/Delete

      진짜?
      12월은 축제구나아

  7. 2009.11.06 11:57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ine 2009.11.07 00:36 Modify/Delete

      넌 안늙었을것 같다 ㅋ
      보고파

  8. 2009.11.19 12:21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이내 ine kim 2009.11.20 05:39 신고 Modify/Delete

      이걸 쓸 당시에는 전혀 위축같은 건 없었는데요
      이 댓글을 읽을 당시(그러니까 지금말이죠 ㅎ)
      에는 감정의 나쁜 영향을 좀 받고 있어요.
      ㅋㅋ 타이밍 짱이신데욧!
      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어요.
      런던 베타버전은 뭐 그닥 내 성공스토리는 없고
      그 위에 여전한 예수님 은혜의 경험 정도?
      기대와 기다림만 가지고 갑니다.
      곧 만나요~

  9. 2009.11.20 15:45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0. 2009.11.23 03:10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1. 2009.11.24 13:50 Modify/Delete Reply

    크크크크크 지난 주 런던 거리 걸으면서 언니가 했던 말들, 위의 이야기들, 이제서야 이해해요(못살아ㅋ;)

    우리 정말 같은 꿈 꾸게 되었네용.
    불행히도 '내 자신'으로 무한반복 되돌아오는 실상 역시 그러하고..

    아이고야
    언능 봅시다.

    독일에서도 건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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